Saturday, July 31, 2010

제주도 여행I

어렸을 적 내가 좋아했던 보드게임 부루마블에선 수없이 가보았지만, 난 실제로 제주도에 가 본 적이 없었다. 한국에 잠시 들렀었던 지난 6월 말, 동생이 회사에서 받은 여행상품권으로 친가와 처가가 모두 제주도로 여행을 하게 되었다. ㅎㅎㅎ 장가가니 이런 횡재를...

두 집안이 함께 움직이면서 생겨나는 현상들 (1. 계산을 서로 하려 한다, 2. 목적지를 정하기 다소 난감하다.)를 해결하기 위해서 내가 총무가 되어야 했다.

12시 경에 도착해서 세단 2대를 빌리고 (동생이 받은 상품권은 비행기 표+렌트카+숙박비를 포괄했음) 근처의 '유리네'라는 식당에서 점심을 먹으러 갔다. 관광지 식당은 두 종류다. 유명하거나 유명하지 않거나... 그리고 대체로 맛있고 만족스러운 식사는 유명하지 않은 식당에서 랜덤하게 발생한다. 유리네는 매우 유명한 식당이다. 이하 설명 생략.

펜션은 제주시에서 떨어진 한라산 중턱 한적한 곳에 있었다. 장마철이라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가운데 짐을 푸니 2시30분. 달리 할 일이 없다. 제주시로 돌아가서 용머리골(이름도 기억이 제대로 안 남)에서 때맞춰 쏟아지는 비를 맞아주고 와이프 외삼촌을 모시고 이름도 유명한 제주도 돼지갈비를 먹으러 갔다.

제주도 돼지고기가 워낙 유명하기도 해서, 제주시 곳곳엔 돼지고기 집이 많지만 우리가 갔던 태을갈비라는 곳은 돼지갈비만 전문적으로 하는 곳. 혹 제주도를 가시거든 방문해보시길 (구글에 태을갈비 라고 치면 나옵니다.) 제주도 여행에서 찾은 또 하나의 맛은 제주도 한라산 소주. 한라산 소주와 순한 소주 두 종류인 제주도 소주는 외지인들에게는 찬 소주가 내지인들에게는 안 찬 소주가 인기라고 한다. 이유인 즉, 차게 먹으면 소주의 알코올 향이 거의 드러나지 않아 대부분 쉽게 쉽게 마시는 통에 다음 날 일이 없는 여행객들이 즐겨마시지만 다음 날 일을 해야하는 내지인들은 순한 소주를 안 차게 해서 조금씩 마시기 때문이란다. 다행히 물이 좋아 다음 날 숙취는 덜한 편이다.



내 친가와 처가는 술 인심이 후한 편이라 만나면 '후하게' 드시는 편인데 이날도 10병 이상 마셨던 것 같다. 장인 어른과 아버지 두 분 모두 당신의 카드를 내게 주셨는데, 나도 취해서인지 긁었던 카드는 내 와이프의 것. ㅠ.ㅠ 30만원 가까이 나왔었는데...

to be continued...

Wednesday, July 7, 2010

맥주 이야기 외전: 하이트 맥스

맥주 이야기 외전1: 오비와 크라운

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맥주는 오비였다. 마치 소주가 진로였던 것처럼. 크라운의 시장 점유율은 20% 정도에 불과했었으며, 그나마 저가였기에 이나마 가능했었다. 이 2대8의 시장 점유율을 뒤집은 것은 그 이름도 유명한 하이트(Hite). 93년에 처음 등장한 하이트는 ‘맥주는 쓴데 크라운은 더 쓰다’라는 세간의 인식을 완전히 뒤바꾸어 버렸고, 동시에 오비와 크라운의 시장점유율도 뒤집어 놓았다 (크라운 맥주는 98년에 아예 회사명을 하이트 맥주로 바꾼다.). 이 점유율 차이는 아직도 유지되고 있다. (오비와 카스는 현재 같은 회사의 다른 브랜드임)

하이트 맥주의 의의는 부드러운 술에 대한 전환을 마련했다는 점이다. 지금에야 소주도 16도에서 21도까지 비교적 온화한 도수를 자랑하고 있지만, 첫 대학 오리엔테이션 때 선배들이 따라주었던 진로 참이슬은 대나무통에 거르고 아스파라긴산을 첨가했음에도 25도라는 철칙은 지켰었다. 그래도 그 참이슬은 동시대 소주들에 비하면 순한 편이었지만.

하이트의 등장에도 불구하고 개인적인 취향에서 한국의 맥주 맛은 브랜드에 따라 차별화되었다는 느낌이 거의 없다. 이건 미국의 3대 생산량 맥주: 버드와이저, 밀러, 쿠어스 도 마찬가지다. 차이라면 미국에서는 이 3가지 맥주 이외에도 정말 수많은 맛과 향의 맥주들이 저렴한 가격에 판매되고 있는 반면, 한국에서는 최근에 이르러서야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흔히들 한국 최초의 맥주회사는 1952년에 두산 그룹의 모태인 박승직 상점에 의해 새워진 동양맥주(Oriental Brewery 그래서 OB다)라고 한다 (하지만 이 동양맥주가 일본 맥주회사의 한국 공장, 그러니까 해방 후 적산의 일부였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맥주 생산 60년이면 꽤 오랜 시간인데 왜 ‘맛있는’ 맥주를 만들 수 없었을까?

일단 한국의 맥주는 맥아(Hop)의 함량이 적다. 어떤 물을 쓰건, 어떤 맥아를 쓰건, 맥아의 함량이 적으면 맛이 밍밍해진다. 이건 일차적으로 가격 때문이다. 맥아를 적게 쓰게 되면 생산 단가를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버드와이저, 밀러, 쿠어스도 맥아를 적게 쓰되 단가를 낮춘다. 둘째로 한국 사람들은 함께 어울려 정신 없이 마신다. 게다가 맥주는 주로 2차 술이지 1차부터 마시지는 않는다. 맥주를 마시는 경우엔 대개 소주가 이미 위와 뇌를 점령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 이 경우 맛있는 맥주보다는 ‘시원하고 싼’ 맥주가 어울릴 수밖에 없다. 셋째로 여러 주류 가운데 고급 맥주의 위치가 어정쩡하다. 맥주는 싸긴 하지만 많이 마시므로, 결과적으로 소주보다 비싸다. 그렇다고 와인이나 고가의 양주가 주는 섬세함(sophistication)을 부여하는 술도 아니다. 그러다 보니 고급 맥주를 만들 유인이 별로 없다.

난 한국 주류회사들이 짧은 시간 내에 유럽이나 미국의 맥주만큼의 맛과 향을 낼만큼 따라가야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한국적인 주류, 막걸리, 소주, 혹은 전통주들을 좀더 정교화하는 것이 보다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동시에 일본의 아사히,삿포로, 태국의 싱하처럼 한국을 대표하는 맥주가 하나 정도 있었으면 한다. 최근의 하이트 맥스(Max)처럼 몰트 맥주 (맥주에 호프 이외의 보리를 넣어 맛과 향을 풍부하게 한 맥주)가 나오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라 생각한다.

Sunday, July 4, 2010

인왕산

대학생활부터 난 거의 서울에서 살았지만, 서울 사람같다는 생각은 그다지 해 본 적이 없었다. 서울 토박이에게 장가를 온 후, 서울 곳곳을 다니기 시작했는데...

한국 온 지 사흘 만에 처가 식구들과 같이 간단히 인왕산에 다녀왔다. 인왕산, 북악산은 서울 중심부에 있지만 지하철로는 접근성이 떨어지는 탓에 나같은 지방 출신들은 이름만 들어본 산들. 게다가 나는 나름 강남에 있는 대학을 다닌 터라, 강북 지역은 영...ㅋㅋㅋ

경복궁역에서 내려 인왕산으로 가는 길은 서울 도심이라는 느낌이 거의 없을 정도였다. 다만 산 중턱부터 내려다보이기 시작하는 서울 중심부의 마천루들이 여기가 서울이라는 점을 간간히 알려주었다.



인왕산은 청와대 옆산이기에 가카 께서 사시는 곳도 '내려다' 볼 수 있다. 다만 정상에는 '정부시설물의 촬영은 불법입니다'라는 다소 시대에 뒤떨어진 팻말이 여전히 붙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