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토요일 오전 7시에 어바나 시청 근처에 장터가 열린다. 싼 물건에 혼이 빠져 있을 때는 상대적으로 관심이 덜했던, 아니 아예 숫제 관심이 없었던 그냥 동네 장터였는데, 먹거리에 관심을 쏟기 시작하면서 관심지수가 급격히 증가하게 된 요주의 장소 되시겠다.
대부분의 농작물 직거래 센터가 그러하듯이 이곳의 모토도 '지역 농민이 농약 및 화학 비료/사료를 ‘거의’ 쓰지 않고 손수 기른 농작물과 고기를 팔자' 이다. 각종 수공예품과 빵을 파는 가게도 있다. 그러다보니 당연히 비싸다. 며칠 전에 샀던 쇠고기 꽃등심은 2.5-3배 정도 비쌌던 것 같았고, 과일이며 샐러드도 1.5-2배 정도 비쌌던 것 같다.
유기농이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닭을 닭장(cage)에서 키우기 시작한 것이 60년대 중반부터라고 하는데, 그 후 닭고기 값은 거의 오르지 않았다. 한국에서도 마찬가지로 90년대 중반부터 시작된 닭 사육의 산업화는 닭고기 값의 상대적 정체를 불러왔다. 그 반대급부는?
물론 싼 가격에 닭을 먹을 수 있는 건 장점이겠지만, 싼 값에 닭을 빨리 키우기 위해 쓰이는 정체불명, 원료불명의 사료들과 호르몬은 어쩌면 우리 몸에 차곡차곡 쌓이고 있을지도 모른다. 또한 좁은 닭장에 갇혀 24시간 전기 빛을 쬐며 그 사료로 키워진 닭들은 면역력이 약해져 조류독감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바이러스의 숙주가 되었다.
물론 유기농은 비싸다. 율리히 벡(Urlich Beck)은 '위험사회(Risk Society)'에서 위험은 계급, 인종, 성별과 같은 근대사회적 범주를 초월해 적용될 것이라고 말하였지만, 적어도 지금까지 인지한, 아니 앞으로 인류가 인지하게 될 위험은 계급, 인종의 선을 따라 차별화되어 적용되어 왔고 적용될 것이다.
그렇지만 싸게 많이 먹는 것보단 비싸지만 적게 먹는 것이 건강에 이롭다. 정체불명의 호르몬이 잔득 들어간 미국산 쇠고기와 유제품으로 청년 시절의 주린 배를 정신없이 채우다간 나중에 늙어 방에서 X을 싸고도 기억을 못하지 않을까?
2 comments:
정말 그럴수도 있겠네요...쩝.
어제 farmer's market에서는
요새 한창 제철이라는 복숭아, 수박을 샀는데.. 항상 미국 과일은 왜케 맛이 없을까 불평했었는데.. 이번에 산 과일은 너무 너무 맛있네요. 특히 복숭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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