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turday, September 18, 2010

한국적인 멋

내가 생각하는 한국적인 멋이란 겉으로 보면 잘 드러나지 않지만 조금 시간과 관심을 들여 보아야 하는 것, 그리고 모자라지도 넘치지도 않는 맛이다.

개인적으로 서울에 있는 최악의 건물 두 개를 꼽으라면 서울역 앞의 대우 빌딩과 남산 남동쪽에 버젓이 눌러 있는 하야트 호텔인데, 전자는 서울역에 도착한 모든 사람으로부터 남산의 아름다움을 가리고 있기 때문이고, 후자는 조금 강도높게 비판하자면, 거기 있어서는 안 되는 건물이다.



가령 한국의 건물은 어느 각도에서 찍더라도 산세를 훼손하지 않는 것을 특징으로 한다. 70년대에 관악에 터를 잡은 서울대는 건물들이 특색없이 1동에서 38동까지 죄다 외양이 같았지만, 그래도 두 가지 원칙은 지켜졌었는데, 캠퍼스 어디에서 보더라도 건물 꼭대기가 관악산을 가리지 않을 것, 그리고 건물 가운데 중앙 정원을 지어 학생 및 교직원들이 쉴 수 있도록 해 주었다. 요 몇 년간 서울대는 학교라기보다는 공사판인데, 아는 분의 말에 따르면 지난 5년간 지은 건물 수가 그 앞 30년 동안 지은 건물 수보다 많다고... 부산에 있는 절인 범어사도 이 원칙을 잘 지키고 있는데, 절 어디에서 바라보아도 금정산의 산세를 훼손하지 않는다. 최근 한국에서 경쟁적으로 짓고 있는 건물들은 사람들이 그 속에서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성찰보다는 어떻게 하면 크고 높게 지어 다른 사람의 관심을 끌까에만 집중되어 있는 듯 하다. 마치 2-3개월 듣고 말 최근의 한국 아이돌 팝송처럼...

다른 한편으로, 한국의 돌담길은 높지도 낮지도, 넓지도 좁지도 않아, 둘 혹은 넷이서 담소를 나누면서 걷기에 안성맞춤이다. 사진을 좀 더 잘 찍을 수 있었더라면 좋았을 것을 하는 후회가 든다. 범어사 경내에서 금정산 북문으로 향하는 길에서 찍었다.



덤으로 한국적 아름다움을 간직한 범어사 처마

1 comment:

Oldman said...

즐겁고 풍요로운 추석 지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