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와이에서 열리는 The Association of Asian Studies (AAS: 직역하자면 아시아학 협회) 박사 논문 워크샵 참석차 일주일간 집을 비우게 되었다. 올 1월 와이프의 연구가 워크샵에 뽑혔다는 (10대 1 정도의 경쟁률) 소식을 들었을 땐, '휴가' 구나 라고 생각했었는데 막상 떠나고 보니 괜시리 내 책상 왼쪽에 있는 와이프 책상만 계속 쳐다보게 된다.
나의 현재 미국 생활은 와이프와 동선이 매우 겹친다. 우선 일어나서 같은 버스를 타고, 같은 사무실에서 연구를 한다. 물론 수업이나 회의 등의 경우엔 2-3시간 정도 떨어져 있는 경우도 종종 있지만 그 외에는 대부분 옆에 있다. 그리고 같은 버스를 타고 돌아와서 저녁을 먹고 도서관에 간다. 그래서 한 번은 일주일에 과연 몇 시간을 떨어져 있나 (그래봐야 반경 1km 이내지만) 계산해 봤더니 가장 길었던 주가 12시간 가장 짧았던 주는 0시간이었다.
나의 미국 유학 생활은 2008년 5월 이전과 이후, 지금의 아내되는 사람과 만나는 시기로 나눌 수 있다. 2008년 5월 이전에는 의욕 과잉이었는지 능력 부족이었는지, 아니면 운이 없었던 것인지 하는 일마다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고, 결과가 꼬였고, 그러다보니 자신감이 계속 줄어들어 정말이지 그만두고 한국으로 돌아갈까 하는 생각을 여러 번 진지하게 하곤 했었다.
와이프를 만나고 심리적 안정을 찾게 되고, 대화할 사람이 생기게 되고, 웃을 일이 많아지고, 그리고 생각이 긍정적으로 바뀌게 됨에 따라 내 삶이 즐거워졌고, 와이프와 와이프로 인해 만나게 된 여러 인연들이 힘든 대학원 생활을 버티게 하는 힘이 되고 있다. 단언하건데 내 인생에 복(福)이라는 것이 있다면, 그건 와이프를 만나 결혼하게 된 것이고, 그리고 앞으로도 있을 것이라면 아마도 와이프가 가져다주는 것일 것이다.
몇 시간 전 통화했더니 다 죽어가는 목소리다. 아침 9시부터 저녁 9시까지 '토론'이랜다. 심지어 밥먹으면서도 차 마시면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