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Day 3
A. 마레
전날 심하게 많이 움직였던 탓인지 느지막이 일어나 마레 (Marias)로 향했다. 마레는 젊은 층이 주로 찾는 패션지구. 그리고 그에 맞추어 비교적 저렴한 식당들이 자리잡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지하철역 Saint-Paul에서 내려 주변을 둘러보다 괜찮아 보이는 카페에서 역시나 에스프레소 한 잔. (결국 미국 돌아와서 40불짜리 에스프레소 머신을 샀다. 40불짜리라 별 기대는 안 했는데 의외로 맛있는 에스프레소가 만들어진다.)
B. 라스 뒤 팔라펠
지도에도 나와있는 라스 뒤 팔라펠은 팔라펠이라는 일종의 샌드위치를 파는 가게인데, 점심 시간에는 정말 글자 그대로 인산 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우리도 거의 30분을 밖에서 기다린 후에야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인기가 있었는데, 관광객은 물론이고 마레에 놀러온 프랑스인들까지도 즐겨 찾는다고 한다. 피타라는 이집트 빵 사이에 각종 야채와 야채를 으깨어 튀긴 것들을 싸먹는 음식이었는데 상당히 맛있었다.
관광객에게 걷는 것은 의무이자 특권이다. 교통비를 절약하기 위해서 걸어야하는 것은 물론이요, 바삐 어떤 곳에 가야하는 것도 아닌 까닭이다. 시테 섬에 있는 노틀담 대성당을 보기 위해 우리는 마레지구에서부터 걷기 시작했다.
그러다 카페에 들러 무언가를 마시고... 뜨거운 와인인 뱅쇼 (Vin Chaud) 와 핫초코인 쇼꼴라(Chaud Chocolat). 정말이지 프랑스는 먹을 거리가 참 많다. 뱅쇼는 오렌지를 얇게 1-2개 잘라 넣어 마시는데 알코올의 거북함이 사라지고 따뜻함이 입안을 감싸고 돈다. 물론 1잔 마셔도 취한다.ㅎㅎㅎ 쇼꼴라는 진득한 초코렛 중탕을 그냥 혹은 우유에 타서 마시게 되는데, 한국에서 마시는 핫초코와는 감히 비교할 수 없으니 프랑스 가시면 꼭 즐기시길.
C. 셰익스피어 서점
시떼 섬의 노트르담 대성당 근처에는 셰익스피어 서점이라는 영어책 전문 책방이 있다. 영화 Before sunset의 촬영을 이 서점 근처에서 했다 하니 영화를 보신 분들이라면 감회가 새로울 듯. 와이프는 소원을 적어 책방 어딘가에 붙여 두었다. 내용인 즉, 나중에 아들 딸들과 같이 파리에 다시 오겠단다. ㅎㅎㅎ
D. 노틀담 대성당
노틀담 성당의 일요일 저녁 미사는 장중한 파이프 오르간 소리와 함께 이루어졌다. 신자가 아닌 나와 아내도 경건한 마음으로 참석했으니, 파리에 들리게 되면 한 번쯤 가 보시라고 권하고 싶다. 카톨릭 신자인 처남의 설명에 따르면 한주 미사의 내용은 전 세계의 주요 성당이 모두 같다고 한다. 이 놀라운 통일성!
숙박지로 돌아오는 도중 지하철에서 재미난 경험을 했다. 파리 지하철에는 지하철을 타고선 혹은 지하철 승강장 근처에서 아코디언이나 색소폰을 멋지게 연주하는 '거리의 악단'들이 많다. 파리 시의 오디션을 통과해야 합법적인 자격이 주어진다고 하던데, 정말 멋들어지게 연주하는 것이 듣기도 보기도 좋았었다. 사진을 찍거나 혹은 같이 웃어주면 1유로 안팎의 돈을 주는 것이 일종의 관례라고 한다.ㅎㅎㅎ 멋지지 않은가?
to be continued...
Stories of, by, and about two who live on Windward. Since 27 Jan. 2010 AH 01 (AH: Anno Hee Jung)
Tuesday, December 14, 2010
Sunday, December 5, 2010
파리 Day 2-2
C. 콩코르드 광장&오랑주리 미술관
라파에트 백화점->오페라 가르니에->방돔 광장을 거쳐 콩코르드 광장으로 나왔다. 지도 C 부분. 루이 15세 때 조성된 이 광장은 처음에는 루이 15세 광장이었으나 프랑스 혁명 당시에는 혁명 광장으로 불렸었다. 그리고 그 광장 한 가운데 기요틴(Guillotine)이 있어서 혁명에 반대하는 3000여명의 사람들을 처형했던 장소이기도 하다. 차후, 혁명 광장은 프랑스 사회의 화합을 추구한다는 의미에서 콩코르드 광장으로 고쳐지게 되었고 기요틴이 있던 장소에는 이집트 오벨리스크로 대체해 두었다.
오랑주리 미술관은 루브르 박물관이나 오르세 미술관보다 규모는 작지만 모네의 연꽃 연작을 자연광 아래서 360도로 관람할 수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더불어 미술작품 중개상이었던 폴 기욤이 기증한 화가들의 작품 (고흐, 고갱, 세잔, 피카소, 마티스, 루소 등) 역시 관람할 수 있다.
D. 퐁네프 다리
미술관을 나와 센 강을 따라 걸었다. 퐁네프(Pont Neuf)는 '새로운 다리'라는 의미의 불어이지만, 현재 남아 있는 다리 가운데 가장 오래되었다고 한다. 처남은 퐁네프 다리에서 키스를 하면 다음, 다다음 생에까지 영원히 이어진다는 설이 있다며 나와 아내의 키스를 부추겼다.
처남은 유람선을 타고 파리를 구경할 수 있는 저녁 식사를 예약해 두었었다. 아휴~ 고마워.
처남에게 고마움을 표하는 의미로 마지막은 우수에 젖은 센 강 위의 한 남자와 파리의 에펠탑으로 장식함!
to be continued...
P.S. To Oldman
우선 제 블로그에 오셔서 관심 가져주시는 거 너무 감사드립니다. 사진은, 아마도 아시겠지만, 프랑스 달팽이 요리인 에스카르고입니다. 고동보다는 먹을 것이 많고, 소라보다는 씹는 감이 덜한 편입니다. 프랑스 사람들은 식전에 식욕을 돋구는 에피타이저로 즐기더군요. 프랑스 사람들은 버터와 오일에 버무려 먹었지만, 제 일감은 '초장'이었습니다.
전환시대의 논리
대학교 3학년 때, 제법 많은 책과 글을 읽었지만 그 가운데 가장 기억에 남는 것 하나가 리영희 선생이 쓴 '전환시대의 논리'이다. 대학을 다니던 90년대 후반 그리고 2000년대 초반의 대학교는 학생운동이 서서히 퇴조하고, 그 자리를 영어와 학점이 대체하던 시기여서 그 급격한 전환에 많은 학생들이 어리둥절해 하면서 무엇을 해야하는지에 대해 혼란해 하던 시기였던 것 같다.
나 역시 그런 어리둥절한 무리 가운데 하나였지만 발빠르게 영어와 학점에 신경을 쓰자니 잘 할 능력도 없었고 너무 늦었다(?)라는 생각에 책 많이 읽고 무난히 졸업하자는 생각에 집어든 책 가운데 하나가 '전환시대의 논리'였다.
참으로 사회과학적인 이 책은 동아시아 국제 질서가 냉전에서 벗어나 어떤 식으로 전환될 것인가를 그리고 우리는 그 변화를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 것인가를 동아시아 국가 (한국, 북한, 중국, 일본, 베트남, 그리고 미국), 이념 (자본주의, 사회주의, 공산주의), 생산체제들의 관계를 통해 분석한 책이다. 무엇보다 냉전시대 반공/친공의 이분법적 구도에서 벗어나, 미국과 중국이 가까워진다면 한국과 북한은 어떠해야 하는가? 피식민 국가의 국민으로서 우리는 베트남전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가? 반공국가와 친공국가에서 억압과 그에 대한 비판/저항은 어떤 의미인가 등 현 2010년에도 유효한 질문과 화두를 제공하는 책이다.
한편으로 1970년대 중반에 쓴 책의 프레임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건 저자의 놀라운 통찰력 덕이겠지만, 반면에 역설적이게도 한국 사회가 여전히 70년대 프레임에서 못 벗어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제 영면하셨다는 소식을 들었다. 선생님의 명복을 빈다.
Saturday, December 4, 2010
파리 Day 2-1
A. 몽마르트언덕
파리의 겨울은 한국보다 덜 춥다. 그러나 한국보다 높은 위도로 인해 해가 늦게 뜨고, 일찍 지며, 흐린 날씨가 잦다. 고로 맑은 하늘 보기가 쉽지 않다. 우리가 도착하기 전 일주일 내내 파리는 흐린 날씨에 부슬비가 내렸다고 하던데, 몽마르트 언덕을 찾기로 한 토요일 (22일) 날씨는 거짓말처럼 개였다.
‘군신 마르스 (Mars) 의 언덕’ 혹은 ‘순교자 (Martyrs) 의 언덕’ 둘 다로 해석될 수 있는 파리 몽마르트(Montmartre) 언덕에는 돔 형태의 지붕을 가진 샤클레퀘르(Sacré-Coeur)성당이 자리잡고 있다. 파리에 있는 성당 대부분이 뾰족한 첨탑을 가진 고딕 양식인 반면, 샤를레퀘르 성당은 둥근 지붕을 가지고 있는 비잔틴 양식이다. 하지만 나중에 안 사실인데 문화적 교류로 인해 생겨난 것이 아니라, 1800년대 중반에 지어져서 그렇다고 한다.
몽마르트 언덕은 많은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우선 파리 도심에서 벗어나 있어, 집값이 상대적으로 싼 까닭에 가난한 예술가들이 옛날부터 거주지로 선택했던 곳이라고 한다. 몽마르트 언덕 서쪽 테르트르 광장에서는 미술가들이 그림을 그려 그 장소에서 직접 팔기도 한다.
언덕을 내려오면 고흐가 잠시 살았다는 아파트와 피카소가 아비뇽의 처녀들을 그렸다는 세탁소가 있다. 게다가 우리에게 친숙한 물랑 루즈 (Moulin Rouge: 빨간 풍차)라는 호화로운 공연장도 몽마르트가 자랑하는 볼거리 가운데 하나다.
B. 오페라 가르니에 (Opera Garnier)
처남이 데리고 갔던 오페라 가르니에 근처의 식당은 관광객을 거의 찾아볼 수 없는 파리지앵/지엔느 들의 명소였다. 처남의 추천대로 양갈비 스테이크를 시켰는데 저렴한 가격에 놀라고 (11유로), 양에 놀라고, 맛에 다시 한 번 놀랬었다.
계산시 웨이터들은 진기한 볼거리 하나를 제공해 주었는데, 바로 테이블 위에서 직접 계산을 해 주었다는 것!
P.S. 파리 시내를 하루 종일 걸어다니며 사진을 찍었더니 생각보다 길군요. 조만간 파리 Day 2-2를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Friday, December 3, 2010
시골쥐
내가 살고 있는 미국 일리노이 주의 '샴페인-어바나'라는 곳은 두 개의 시가 합쳐진 대학 도시이다. 두 시를 합쳐도 인구가 10만 남짓이어서 시내 중심가라고 해 봐야, 도보로 5분이면 구경이 끝나고, 3층 이상의 건물을 쉽게 찾아 볼 수 없는 (최근엔 신식 학생 아파트가 10층 이상으로 지어졌다) 그런 조그마한 도시다.
그러다보니 나 스스로를 '시골쥐'로 생각하며 살게 된다. 학교 때문에 서울에서 10년 가까이 살았지만 서울 외곽에 틀어박혀 있던 학교 주변 및 학교 기숙사에 주로 머물렀던지라, 스스로를 서울 사람이라는 느낌보다는 그냥 서울에 잠시 머무르고 있는 외지인 정도로 여겼었다. 첫 해를 마치고 잠시 한국에 들어갔을 때, 서울의 중심가를 거닐면서 사람들에게 치여 힘들어 했던 것을 생각해보면 천상 '시골쥐' 운명인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시골쥐가 누릴 수 있는 혜택으로는...
1) 물가가 싸다. 대도시에서 유학하고 있는 학생들은 쉽게 누릴 수 없는 호사: 가령 싼 집값이며 교육비, 그리고 차, 기름, 보험료, 그리고 생필품 값 모두가 저렴하다.
2) 러쉬아워(Rush Hour)가 거의 없다. 물론 여기도 출퇴근 시간에는 상대적으로 차가 많고, 학교는 늘상 주차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지만, 그 이외의 시간에 차로 다니기 편하고, 무엇보다 버스 시스템이 매우 잘 갖춰져 있다. 나는 버스로 등하교를 한다.
3) 문화 생활도 즐길 수 있다. 학교 도시의 장점은 어느 정도의 문화 생활을 즐길 수 있게 한다는 점인데 지난 봄 학기에는 샌프란시스코 시향의 협연을 봤었고, 2009년 봄에는 대중 가수인 Mraz의 공연을 학교 Assembly Hall에서 즐기기도 했었다. 아마 찾아보면 훨씬 더 많은 문화 생활의 기회가 있을 것이다.
아내의 권유로 샴페인 어바나 교향악단이 연주하는 크리스마스 기념 공연을 다녀왔다. 학생에겐 단돈 5달러 (물론 학기 초에 약간의 돈을 학교에 내기는 하지만)에 제공되는 이 공연은 21년간 시향 콘서트마스터로 일했던 어느 할머니 바이올리니스트의 마지막 공연이기도 했다.
25년간 서울 토박이로 살았지만 점점 시골쥐화 되어 가는 한 여성의 사진, 내가 그렇게 만들고 있음.
그러다보니 나 스스로를 '시골쥐'로 생각하며 살게 된다. 학교 때문에 서울에서 10년 가까이 살았지만 서울 외곽에 틀어박혀 있던 학교 주변 및 학교 기숙사에 주로 머물렀던지라, 스스로를 서울 사람이라는 느낌보다는 그냥 서울에 잠시 머무르고 있는 외지인 정도로 여겼었다. 첫 해를 마치고 잠시 한국에 들어갔을 때, 서울의 중심가를 거닐면서 사람들에게 치여 힘들어 했던 것을 생각해보면 천상 '시골쥐' 운명인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시골쥐가 누릴 수 있는 혜택으로는...
1) 물가가 싸다. 대도시에서 유학하고 있는 학생들은 쉽게 누릴 수 없는 호사: 가령 싼 집값이며 교육비, 그리고 차, 기름, 보험료, 그리고 생필품 값 모두가 저렴하다.
2) 러쉬아워(Rush Hour)가 거의 없다. 물론 여기도 출퇴근 시간에는 상대적으로 차가 많고, 학교는 늘상 주차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지만, 그 이외의 시간에 차로 다니기 편하고, 무엇보다 버스 시스템이 매우 잘 갖춰져 있다. 나는 버스로 등하교를 한다.
3) 문화 생활도 즐길 수 있다. 학교 도시의 장점은 어느 정도의 문화 생활을 즐길 수 있게 한다는 점인데 지난 봄 학기에는 샌프란시스코 시향의 협연을 봤었고, 2009년 봄에는 대중 가수인 Mraz의 공연을 학교 Assembly Hall에서 즐기기도 했었다. 아마 찾아보면 훨씬 더 많은 문화 생활의 기회가 있을 것이다.
아내의 권유로 샴페인 어바나 교향악단이 연주하는 크리스마스 기념 공연을 다녀왔다. 학생에겐 단돈 5달러 (물론 학기 초에 약간의 돈을 학교에 내기는 하지만)에 제공되는 이 공연은 21년간 시향 콘서트마스터로 일했던 어느 할머니 바이올리니스트의 마지막 공연이기도 했다.
25년간 서울 토박이로 살았지만 점점 시골쥐화 되어 가는 한 여성의 사진, 내가 그렇게 만들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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