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iday, December 3, 2010

시골쥐

내가 살고 있는 미국 일리노이 주의 '샴페인-어바나'라는 곳은 두 개의 시가 합쳐진 대학 도시이다. 두 시를 합쳐도 인구가 10만 남짓이어서 시내 중심가라고 해 봐야, 도보로 5분이면 구경이 끝나고, 3층 이상의 건물을 쉽게 찾아 볼 수 없는 (최근엔 신식 학생 아파트가 10층 이상으로 지어졌다) 그런 조그마한 도시다.

그러다보니 나 스스로를 '시골쥐'로 생각하며 살게 된다. 학교 때문에 서울에서 10년 가까이 살았지만 서울 외곽에 틀어박혀 있던 학교 주변 및 학교 기숙사에 주로 머물렀던지라, 스스로를 서울 사람이라는 느낌보다는 그냥 서울에 잠시 머무르고 있는 외지인 정도로 여겼었다. 첫 해를 마치고 잠시 한국에 들어갔을 때, 서울의 중심가를 거닐면서 사람들에게 치여 힘들어 했던 것을 생각해보면 천상 '시골쥐' 운명인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시골쥐가 누릴 수 있는 혜택으로는...

1) 물가가 싸다. 대도시에서 유학하고 있는 학생들은 쉽게 누릴 수 없는 호사: 가령 싼 집값이며 교육비, 그리고 차, 기름, 보험료, 그리고 생필품 값 모두가 저렴하다.

2) 러쉬아워(Rush Hour)가 거의 없다. 물론 여기도 출퇴근 시간에는 상대적으로 차가 많고, 학교는 늘상 주차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지만, 그 이외의 시간에 차로 다니기 편하고, 무엇보다 버스 시스템이 매우 잘 갖춰져 있다. 나는 버스로 등하교를 한다.

3) 문화 생활도 즐길 수 있다. 학교 도시의 장점은 어느 정도의 문화 생활을 즐길 수 있게 한다는 점인데 지난 봄 학기에는 샌프란시스코 시향의 협연을 봤었고, 2009년 봄에는 대중 가수인 Mraz의 공연을 학교 Assembly Hall에서 즐기기도 했었다. 아마 찾아보면 훨씬 더 많은 문화 생활의 기회가 있을 것이다.



아내의 권유로 샴페인 어바나 교향악단이 연주하는 크리스마스 기념 공연을 다녀왔다. 학생에겐 단돈 5달러 (물론 학기 초에 약간의 돈을 학교에 내기는 하지만)에 제공되는 이 공연은 21년간 시향 콘서트마스터로 일했던 어느 할머니 바이올리니스트의 마지막 공연이기도 했다.


25년간 서울 토박이로 살았지만 점점 시골쥐화 되어 가는 한 여성의 사진, 내가 그렇게 만들고 있음.

1 comment:

Unknown said...

콘서트 마스터 할머니의 은퇴공연.
어린이 합창단의 노래.
그리고 '일'의 의미에 대해서 최근 방황하던 객석의 나.

왠지 눈시울도 마음도 뜨거웠던..
그리고 따스했던 공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