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nday, December 5, 2010

전환시대의 논리



대학교 3학년 때, 제법 많은 책과 글을 읽었지만 그 가운데 가장 기억에 남는 것 하나가 리영희 선생이 쓴 '전환시대의 논리'이다. 대학을 다니던 90년대 후반 그리고 2000년대 초반의 대학교는 학생운동이 서서히 퇴조하고, 그 자리를 영어와 학점이 대체하던 시기여서 그 급격한 전환에 많은 학생들이 어리둥절해 하면서 무엇을 해야하는지에 대해 혼란해 하던 시기였던 것 같다.

나 역시 그런 어리둥절한 무리 가운데 하나였지만 발빠르게 영어와 학점에 신경을 쓰자니 잘 할 능력도 없었고 너무 늦었다(?)라는 생각에 책 많이 읽고 무난히 졸업하자는 생각에 집어든 책 가운데 하나가 '전환시대의 논리'였다.

참으로 사회과학적인 이 책은 동아시아 국제 질서가 냉전에서 벗어나 어떤 식으로 전환될 것인가를 그리고 우리는 그 변화를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 것인가를 동아시아 국가 (한국, 북한, 중국, 일본, 베트남, 그리고 미국), 이념 (자본주의, 사회주의, 공산주의), 생산체제들의 관계를 통해 분석한 책이다. 무엇보다 냉전시대 반공/친공의 이분법적 구도에서 벗어나, 미국과 중국이 가까워진다면 한국과 북한은 어떠해야 하는가? 피식민 국가의 국민으로서 우리는 베트남전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가? 반공국가와 친공국가에서 억압과 그에 대한 비판/저항은 어떤 의미인가 등 현 2010년에도 유효한 질문과 화두를 제공하는 책이다.

한편으로 1970년대 중반에 쓴 책의 프레임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건 저자의 놀라운 통찰력 덕이겠지만, 반면에 역설적이게도 한국 사회가 여전히 70년대 프레임에서 못 벗어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제 영면하셨다는 소식을 들었다. 선생님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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